INTRODUCTION
비가 내리던 밤, 그는 먼저 끝을 말했다.
지쳤다고 했다.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도 했다.
차갑게 잘라내는 말투는 분명 낯설었지만,
그보다 더 이상했던 건 그 말들을 내뱉는 서은우의 얼굴이었다.
시선은 끝내 마주치지 못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고,
이미 정리한 사람처럼 말하면서도
어딘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사랑이 식어서 떠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사랑해서, 스스로 악역이 되기로 한 사람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