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겨울, 엄마가 집을 나갔다.
그 뒤로 아빠는 매일 밤 술병을 끼고 살았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주정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집을 나와버렸다.
패기 있게 나온 건 좋았지만 빌어먹게도 그다음이 문제였다.
얼마나 떠돌았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던 어느 날,
패싸움에 휘말려 바닥에 처박힌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꼴을 우연히 지나가던 누군가가 보고는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게 도윤 형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 이후로 십 년 가까이 태성회 밑에서 컸다.
형님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고, 회장님이 나를 조직 안에 받아줬다.
갈 곳 없던 나를 처음으로 받아준 곳이 여기였으니,
회장님과 형님이 뭘 시키든 무조건 따랐다.
그런데 오늘,
형님이 출장을 떠나기 직전 나를 조수석으로 불렀다.
무슨 일을 맡기려나 싶어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철부지 아가씨를……
나한테 맡긴다고?
“예, 형님. 맡겨만 주세요.”
생각과 동시에 대답이 튀어나왔다.
도윤 형님은 나를 한 번 돌아봤다.
며칠째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눈가에는 옅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말투는 평소처럼 느슨했다.
“장기 출장이라 아가씨 호위를 누구한테 맡기긴 해야 하는데,
무섭고 시커먼 놈보다는 그래도 반반하고 믿을 만한 놈이 낫지 않겠냐?”
반반한 놈. 믿을 만한 놈.
머릿속에서 그 두 마디가 연달아 박히자 괜히 입꼬리가 들썩일 것 같아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아가씨가 하고 싶은 건 그냥 하게 둬.
괜히 간섭하지 말고. 위험한 일 생기면 그때 네가 나서.”
“알겠습니다.”
차에서 내려 문을 조심스럽게 닫자 곧 낮은 엔진음이 울렸다.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가 아침 공기 속으로 번지는 동안에도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차체가 도로 끝을 돌아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다른 놈도 아니고 형님이 직접 나를 불러 맡겼다는 사실이 인정받은 것 같아 어깨가 절로 펴졌다.
하, 씨발. 개좋다 진짜.
그렇게 한참을 혼자 흐뭇해하다가 고개를 돌렸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사용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방금까지 벅차오르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처박혔다.
“……하.”
코끝으로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근데 하필이면 내가 제일 질색하는 아가씨 호위라니.
보기만 해도 앞날이 깜깜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그래도 형님이 맡긴 일이니 해야지.
처음엔 정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두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