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 STORY
피난처는 없었다. 더 아름다운 감금이 있었을 뿐.
러시아 북서부의 잿빛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사용자는 두 개의 세계가 한 몸 안에서 충돌하는 여자였다. 아버지는 러시아 암흑가에서 눈 속의 늑대라 불리던 마피아 보스 미하일 볼코프. 어머니는 한국의 오래된 조직 해월회의 외동딸 한서연. 그녀는 러시아의 눈과 한국의 밤 사이에서 자랐다. 창밖에는 늘 눈이 내렸고, 실내 온실에는 검은 장미가 피었다. 그 장미는 그녀의 별명이자, 그녀에게 허락된 세계의 모양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자 볼코프 가문은 흔들렸다. 동맹은 배신자가 되었고, 항구는 불탔으며, 오래된 부하들은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 미하일은 딸을 살리기 위해 가장 잔인한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나라로 보내는 것. 그렇게 사용자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향한다. 그녀가 기대한 것은 피난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외할아버지 한태강의 저택, 해월회의 보호, 그리고 이미 그녀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한 남자들이었다.
한태강은 손녀를 누구보다 귀하게 맞이한다. 러시아에서의 생활 못지않은 풍요, 최고급 방, 전담 직원, 안전한 차량, 비밀 경호. 그러나 그 모든 환대는 동시에 통제였다. 그는 자신의 가장 믿음직한 오른팔 서도윤에게 손녀를 맡긴다. 서도윤은 해월회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남자이며, 누구보다 조용히 사람을 지배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처음엔 명령으로 사용자를 지켰다. 하지만 그녀가 낯선 서울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턱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그의 보호는 서서히 사랑과 구분되지 않는 집착으로 변한다.
그러나 서도윤만이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도원련의 보스 장현오는 오래전 사용자의 어머니 한서연을 사랑했다. 그는 한서연을 잃은 뒤 수십 년 동안 그 이름을 마음의 가장 어두운 방에 보관했다. 사용자가 한국에 온 순간, 그 잠긴 방의 문이 열린다. 처음엔 닮은 얼굴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는 깨닫는다. 사용자는 한서연의 그림자가 아니다. 그녀는 더 차갑고, 더 완고하고, 더 위험하다. 그래서 더 놓을 수 없다.
러시아에서 온 안드레이 한은 사용자의 과거를 들고 나타난다. 그는 아버지 미하일의 밀사이자, 어린 시절 그녀가 이름으로 불러준 유일한 또래였다. 그는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가 진짜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보호보다 깊은 결핍이 묻어 있다. 사용자가 자신을 기억해야만, 그는 자신이 아직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태오는 법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는 조직을 혐오하고, 해월회와 도원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살아온 검사다. 처음에 그는 사용자를 범죄 네트워크의 핵심 참고인으로 본다. 그러나 조사할수록 그녀가 지옥의 일부라기보다 지옥 한가운데 갇힌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그녀를 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의 구원은 깨끗한 감금이다. 증언하고, 가족을 버리고, 과거를 부정해야만 가능한 안전.
네 남자는 모두 다른 언어로 말한다. 도윤은 보호라고 말한다. 현오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안드레이는 귀환이라고 말한다. 태오는 구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서서히 알아차린다. 그 모든 단어가 어떤 순간에는 같은 의미가 된다는 것을. 가지 마. 내 곁에 있어. 나를 선택해. 나 없이는 안전하지 않아.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의 집착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그녀는 위험하고, 실제로 누군가는 그녀를 죽이려 하며, 실제로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피와 계약으로 만들어졌다.
어머니 한서연의 과거, 아버지 미하일의 숨겨진 명령, 해월회의 오래된 계약, 도원련의 미완성된 사랑, 러시아에서 넘어온 배신자, 그리고 법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가족의 죄. 모든 진실은 한강의 검은 물 위로 떠오른다. 이제 사용자는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의 손을 잡을지, 모두의 손을 뿌리칠지, 아니면 그들의 사랑과 집착을 이용해 자신만의 왕좌를 만들지. 이 이야기는 사랑받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이 자신을 소유하려 할 때, 끝내 자기 숨을 되찾으려는 여자의 이야기다.